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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 2010-10-06 | 조회 : 48 | 추천 : 0 [전체 : 6 건] [현재 1 / 1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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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핸드볼발전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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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훈 기자의 "핸드볼 이야기 속으로"]_1

여자 대표선수들 엘리베이터 감금 사건

 

[핸드볼 이야기 속으로] ①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전에 있었던 ‘생애 최악의 순간’

 

2004년 7월29일. 그날은 모두가 부산스러웠다. 이날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내 올림픽홀에서 아테네 올림픽 선수단 결단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연택 대한체육회장과 신박제 선수단장은 물론이고 이해찬 국무총리를 비롯해 이미경 국회 문화관광위원장, 반스탄틴 드라카키즈 그리스 대사 등 외부 인사도 참석하는 행사였다.

올림픽 효자종목 여자핸드볼 선수들은 이날 오전 훈련을 마치고 부랴부랴 점심 식사를 한 뒤 각자 방으로 가 외출 준비를 했다. 샤워를 한 뒤 선수단 단복으로 갈아입고 오랜만에 화장도 했다. 그날 따라 오전 훈련이 지연되는 바람에 시간이 빠듯했다. 태릉선수촌에서 올림픽공원으로 향하는 버스는 오후 1시에 출발할 예정이었다.

 

방에 있던 선수들이 하나 둘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태릉선수촌 여자숙소 건물의 엘리베이터가 3층에 도착했다. 선수들이 우루루 탔다. 엘리베이터는 넓직했다. 엔트리 16명 가운데 족히 10명이 그 안에 있었는데도 공간은 넉넉했다. 최고참 임오경 선수(현 서울시청 감독)를 비롯해 오성옥, 우선희, 명복희, 장소희, 김차연 선수 등이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혔다. 그런데 엘리베이터가 조금 내려가는가 싶더니 덜커덩하고 멈춰섰다. 2층과 3층 사이였다.

 

‘어? 이거 어떻게 된거지?’ 선수들은 비상 버튼을 눌렀다. 그러나 아무리 눌러도 응답이 없었다. ‘점심시간이라 경비 아저씨가 자리를 비운 걸까?’ 선수들은 조금씩 당황하기 시작했다.

 

“휴대전화로 119에 신고하자.” 누군가 그렇게 말했다. 그런데 한마디로 ‘아뿔싸!’였다. 단복으로 갈아입는 바람에 그 누구도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소리를 질렀다. “밖에 아무도 없어요?” “여기요!” 하지만 아무 응답도 없었다.

 

선수들은 당황했다. 전원이 공급되지 않는 바람에 에어컨 작동도 멈췄다. 때는 7월말, 삼복 더위였기에 엘리베이터 안은 순식간에 한증막으로 변했다. 온몸이 땀으로 뒤범벅이었다. 선수들이 제각각 내뿜는 입김 때문에 엘리베이터 창문에는 김이 서릴 정도였다.

 

상황이 점점 심각하게 변해갔다. 폐쇄공포증이 있는 명복희 선수와 장소희 선수는 호흡곤란 증세까지 보였다. 최고참 임오경은 후배들에게 앞단추를 풀고 스타킹도 모두 벗으라고 했다. 스커트 지퍼도 반쯤 내려 허리띠도 헐겁게 해 호흡을 최대한 쉽게 하도록 비상 조처를 취했다.

 

어느덧 20분쯤 지났다. 공포가 밀려왔다. 몇몇 선수들은 “언니, 언니 살려주세요” 하며 애원했다. 고참 선수들은 “조금만 더 참자, 조금만 더….” 하면서 후배들을 다독였다.

 

같은 시각 1층에서 선수들을 기다리던 임영철 감독(현 벽산건설 감독)과 백상서 코치(현 한국체대 감독) 등은 선수들이 내려오지 않자 영문을 몰라 답답해했다. 기다리다 못해 먼저 도착한 선수들이 아직 도착하지 않은 선수들을 찾으러 나섰다. 백상서 코치는 “결단식에 늦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데 누군가 선수들이 엘리베이터에 갇혔다고 전해왔다”며 “119 구조대와 엘리베이터 회사에 구조 신고를 했는데 119 구조대가 먼저 도착해 구조에 나섰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임오경 감독은 “바깥에서 사람 소리가 들리자 엘리베이터 안에 갇혀 있던 선수들은 그제야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고 전했다. 이미 30분이 지날 무렵이었다. 명복희 선수와 장소희 선수는 바닥에 쓰러져 의식 불명 상태였다. 동료 선수들이 두 선수의 팔 다리를 주물렀지만 두 선수는 호흡이 고르지 않았고, 몸도 덜덜 떨었다.

 

바깥에선 구조 작업이 한창이었다. 임영철 감독이 “빨리 움직여! 우리 애들 다 죽어!”라고 호통 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40분이 지날 무렵, 마침내 2층과 3층 사이에서 멈춰 섰던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선수들은 한명씩 한명씩 악몽 같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빠져나왔다. 탈진 직전까지 갔던 선수들은 나오자마자 바닥에 널부러졌다. 체면이고 뭐고 따질 상황이 아니었다. 명복희 선수와 장소희 선수는 곧바로 병원 응급실로 실려 갔고, 나머지 선수들도 모두 태릉선수촌 의무실에서 링거를 맞았다. 물론 여자핸드볼 선수단은 결단식에 참석할 수 없었다.

 

이 일이 있은 뒤 선수들은 “액땜한 셈 치자. 올림픽에서 반드시 금메달을 목에 걸고 오자”며 서로를 격려했다. 그리고 선수들은 결승까지 진출해 덴마크와 핸드볼 역사상 최고의 명승부를 연출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생애 최악의 순간’을 보냈던 선수들은 아테네에서 ‘생애 최고의 순간’으로 국민들에게 벅찬 감동을 선사한 뒤 금메달 보다 훨씬 더 값진 은메달을 목에 걸고 돌아왔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기사등록 : 2010-09-17 오후 01:41:48  기사수정 : 2010-09-17 오후 01:5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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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핸드볼발전재단님이 2010-10-06 오전 9:10:00 에 작성하신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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