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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 2011-03-18 | 조회 : 60 | 추천 : 0 [전체 : 6 건] [현재 1 / 1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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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핸드볼발전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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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훈 기자의 "핸드볼 이야기 속으로"]_6

핸드볼 한·일 연합군의 유럽 정복기

[핸드볼 이야기속으로] ⑥

 

 

» 한국과 일본 핸드볼 선수 11명이 2009년 12월26일 유럽 정복에 나섰다. 오른쪽 끝이 강재원 감독, 왼쪽 끝에서 두 번째가 시미즈 히로유키 코치(일본 다이도스틸 감독).

 

고경수, 도미타 쿄스케, 이성규, 정진호, 마츠나가 신지, 김상우….

2009년 12월26일 인천 국제공항. 한국과 일본 핸드볼 선수들이 독일 프랑크푸르트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모였다. 유럽 정복에 나선 한·일 연합군이다. 당시 스위스에서 활약하던 한경태와 이준희는 현지에서 합류하기로 했다. 88서울올림픽 남자핸드볼 은메달의 주역으로 스위스리그에서 14년 동안 활약했던 강재원씨가 만든 ‘K 스포츠’라는 한·일 연합팀이다. 강씨가 감독을, 시미즈 히로유키 일본 다이도스틸 감독이 코치를 맡았다. 선수들은 강 감독과 시미즈 코치가 여건이 허락하는 이들을 불러모았다.

 

두 나라 선수들은 서로 서먹해 했다. 도미타는 국내 실업팀 웰컴론 코로사에서 뛴 적이 있어 그나마 한국 선수들과 낯이 익었다. 하지만 워낙 내성적이라 말이 없었다. 묘한 분위기가 흘렀다. 한·일 두 나라에서 국가대표와 청소년대표를 지내며 서로 적으로 만난 사이들이다. 고경수는 “일본 선수들과 언제나 적으로 만나다가 같은 팀에서 뛰게 되니 기분이 묘하다”고 했다.

 

하지만 다음 날이면 똑같은 유니폼을 입고 함께 코트를 누벼야 하는 같은 팀 동료들이다. 한·일 연합팀이 참가한 대회는 2009년 12월28일(한국시각)부터 사흘간 네덜란드 림뷔르흐에서 열린 국제클럽핸드볼대회다. 20년 역사의 이 대회에는 개최국 네덜란드를 비롯해 포르투갈, 크로아티아, 노르웨이, 에스토니아 등 모두 8개 핸드볼 클럽팀이 참가했다. 대부분 유럽 명문 클럽팀이다. 유럽 일색의 참가팀 가운데 한국 선수 6명과 일본 선수 5명으로 이뤄진 아시아팀이 초청받은 것이다. 강재원 감독은 “동아시아의 빠른 핸드볼을 보기 위해 우리를 초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한·일 연합팀 선수들이 2009년 12월28일부터 사흘간 네덜란드 림뷔르흐에서 열린 국제클럽핸드볼대회에 참가해 열띤 경기를 펼치고 있다.

 

유럽에서는 이런 대회가 자주 열린다. 독일, 스페인, 프랑스, 포르투갈, 네덜란드, 스위스 등 유럽 각국에서는 해마다 9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핸드볼 리그를 진행하는데, 6~8월 여름철 비시즌과 12월 말~2월 초 정규시즌 휴식기에 이런 크고작은 이벤트성 대회를 40개나 열어 핸드볼 갈증을 풀고 있다.

 

경기는 강행군이었다. 사흘 동안 무려 5경기를 치렀다. 핸드볼도 더블헤더(하루 2경기)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한·일 연합팀은 28일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영국 국가대표팀을 29-20으로 가볍게 제쳤다. 하지만 조별리그 두 번째 에스토니아 클럽팀과의 경기 역시 5시간 뒤인 같은날 저녁 9시에 열렸다. 첫 경기를 치른 선수들은 숙소에 돌아와 서너시간 휴식을 취한 뒤 지친 몸을 이끌고 다시 두 번째 경기가 열리는 파닝엔체육관으로 이동했다. 연합팀은 올 시즌 에스토니아 리그 2위를 달리고 있는 폴바 세르비티를 맞아 전반을 14-13으로 앞섰지만 후반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28-32로 역전패했다. 두 경기를 치른 김상우는 다음날 아침 “몽둥이로 두들겨 맞은 것처럼 온몸이 아프다”며 고개를 저었다.

 

 

 

» 강재원 감독이 하프타임 때 선수 대기실에서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강 감독, 고경수, 김상우, 이준희, 도미타 코스케.

 

한·일 연합팀은 다음날 3차전에서 홈팀 네덜란드의 보스 인베스트먼트·라이온스 클럽에 31-30으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극적인 승부였다. 네덜란드 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을 받은 보스 인베스트먼트·라이온스 클럽은 전반을 16-13, 세 골차로 앞섰다. 연합팀은 후반 10분께 김상우의 골로 20-19로 처음 역전에 성공했지만 이후 연속 5골을 내줘 패색이 짙었다. 하지만 연합팀은 후반 종료 10분 전부터 주포 이준희(16골)의 속공과 고경수(7골), 마츠나가 신지(4골)의 중거리포가 잇따라 터지면서 뒤집기에 성공했다. 종료 3분여 전 이성규가 2분간 퇴장당해 위기에 몰렸지만 이후 상대 공격을 골키퍼 한경태가 잘 막아내 1점차의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선수 11명으로 더블헤더까지 치르느라 체력이 바닥난 상태에서 4강 진출을 이룬 것이다.

 

2승1패, B조 2위로 준결승에 오른 연합팀은 A조에서 3전 전승을 거둔 포르투갈의 강호 FC포루투에 져, 3·4위전으로 밀렸다. 그런데 크로아티아의 포르체 클럽팀과 가진 3·4위전에서 흥미로운 일이 펼쳐졌다.

 

강재원 연합팀 감독은 경기 전 포르체 클럽팀 감독한테 이렇게 말했다. “제가 이 경기에서 잠깐 선수로 뛸 것입니다.” 당시 강 감독의 나이는 마흔여섯이었다.

상대팀 감독은 농담으로 들었는지 크게 웃으며 흔쾌히 동의했다. 그런데 정말 강 감독이 유니폼을 입고 코트에 나섰고, 상대팀 감독의 얼굴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굳어져갔다. 관중들은 마흔여섯살의 감독이 코트에 나서는 모습을 보면서 무척 즐거워 했다. 관중들은 스위스에서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한 강 감독을 익히 알고 있는 듯 했다. 스위스에서는 한때 ‘대통령 이름은 몰라도 강재원은 안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강 감독은 유명세를 탔다. 게다가 이날 아침 현지 일간신문 <데 림뷔르흐>에는 강 감독과 옛 소련 출신 알렉산더 리마노프 감독(네덜란드 보스 인베스트먼트·라이온스)의 사진이 대문짝만하게 실렸다. 두 사람은 한국과 옛 소련의 에이스로 88서울올림픽 결승전에서 맞붙었는데, 21년 만에 네덜란드에서 재회한 것이다. 신문에는 두 감독이 포옹하는 사진과 함께 두 사람의 인연이 소개됐다.

 

» 당시 마흔여섯 나이에 선수로 출전해 코트를 누빈 강재원 감독이 현지 언론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강 감독은 이날 무려 30분 넘게 코트를 누볐다. 0-2로 뒤지던 전반 초반 멋진 언더슛으로 한·일 연합팀의 첫 득점을 올리더니, 이어 상대 파울을 유도해 이준희의 7m 던지기로 두 번째 득점을 도왔다. 또 기막힌 패스로 고경수의 스카이슛과 이준희의 노마크슛을 연거푸 도움주기했다.

 

강 감독은 이날 4골 8도움주기로 팀의 32-31 극적인 승리를 이끌었다. 31-31 동점에서 종료 8초 전 이준희의 7m 던지기로 극적으로 승부가 갈렸다. 경기가 끝나자 관중들은 한때 유럽 최고의 스타였던 강 감독을 향해 기립박수를 쳤다. 이어 현지 언론의 인터뷰가 쇄도했다. 강 감독은 가뿐 숨을 몰아쉬며 “내일 아침에 못 일어날 것 같다”며 웃음지었다.

 

손발을 제대로 맞추지도 못한 한·일 연합팀은 유럽 정복에 나서 8개국 중 3위라는 대단한 성과를 거뒀다. 두 나라 선수들은 코트에서 몸을 부대끼며 많이 친해진 듯 했다. 대회가 끝난 뒤 고경수는 연합팀 뒷풀이 자리에서 서툰 일본말을 섞은 재미있는 말투와 동작으로 분위기를 이끌었다. 이미 코트에서 한몸처럼 움직이며 유럽 강호들을 연파했던 두 나라 선수들은 어느덧 함께 웃고 함께 우는 ‘동지’가 됐다. 머나 먼 이국 땅 네덜란드에서 이별을 아쉬워하는 한국과 일본 두 나라 선수들의 눈에는 이슬이 맺혔다.

 

글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사진 한겨레 자료

기사등록 : 2010-10-29 오후 02:19:30  기사수정 : 2010-10-29 오후 03: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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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핸드볼발전재단님이 2011-03-18 오전 9:15:00 에 작성하신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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