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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볼발전재단게시판
  등록일 : 2010-10-06 | 조회 : 57 | 추천 : 0 [전체 : 6 건] [현재 1 / 1 쪽]
이름
한국핸드볼발전재단
제목
[김동훈 기자의 "핸드볼 이야기 속으로"]_3

헬륨가스 분출사건- 가스는 누구를 위하여 새 나온걸까

[핸드볼 이야기속으로] ③

 


“쉬이이이이이이~~~~~익!!!”

가스 새는 소리가 요란했다. 가장 가까이에 있던 핸드볼 담당 기자들은 깜짝 놀라 황급히 자리를 피했다. 가장 멀리 있던 반대편 본부석 관계자들조차 몸을 피했다. 코트에서 경기에 열중하던 선수들과 벤치에 앉아 있던 코칭스태프 및 후보 선수들은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해 했다.

 

2006년 1월20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05~2006 대한항공배 핸드볼큰잔치 남자부 결승전. 전 대회 우승팀 HC코로사와 2년 만에 패권 탈환을 노린 두산산업개발의 명승부는 엉뚱하게도 갑자기 새 나온 헬륨가스가 승부를 갈랐다.

 

이 대회에서 코로사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실업팀들은 1차 대회를 통과한 대학팀과 섞여 2차 대회 조별리그를 벌였다. 그런데 A조에 속한 코로사는 대학 강호 경희대한테 26-29로 덜미를 잡혔다. 3차 대회였던 6강 결선리그에서도 상무한테 18-26으로 졌다. 결국 코로사는 라운드로빈 방식으로 2차 조별리그 전적을 안고 싸운 6강 결선리그(3차 대회)에서 2승1무2패의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3위로 4강 토너먼트에 진출한 코로사는 준결승에서 상무한테 설욕전을 펼쳐 결승에 올랐다.

 

반면 두산은 결승까지 5승2무, 무패의 전적으로 승승장구했다. 코로사와는 6강 결선리그에서 만나 라이벌답게 29-29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그리고 결승에서 다시 만난 두 팀은 엎치락뒤치락 혈전을 치렀다. 출발은 코로사가 좋았다. 장대수의 슛이 잇따라 터지면서 5-0까지 달아났다. 두산은 골키퍼를 부랴부랴 남광현에서 이동명으로 교체했다. 두산은 이동명의 선방이 이어지면서 전세를 뒤집었다. 전반 11분 7-7 동점에서 코로사 박종표가 두산의 피봇플레이어 박중규한테 심한 반칙을 저질러 2분 퇴장을 당했고, 두산은 이 틈을 타 4골을 내리 성공시키면서 11-7, 4골 차까지 달아났다.

 

하지만 호락호락 물러설 코로사가 아니었다. 코로사는 정호택 등이 속공을 성공시키면서 12-13으로 바짝 따라붙은 채 전반을 마쳤다.

 

두산은 후반 시작과 함께 코로사를 거세게 몰아붙였다. 후반 12분께 점수는 18-13까지 크게 벌어졌다. 코로사는 두산 박중규가 버틴 수비 벽과 골키퍼 이동명의 선방에 막혀 후반 들어 12분 동안 1골을 넣는 데 그쳤다. 이동명은 경기 비디오를 철저히 분석해 코로사 선수들의 슛 방향을 정확히 예측하고 선방을 거듭했다.

 

반면 전반에 펄펄 날던 코로사 장대수는 체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정명헌 코로사 구단주는 “다리가 완전히 풀려서 뛰지 못하더라”며 당시를 회고했다. 홍상호 감독은 레프트백 장대수를 벤치로 불러들이고 상무에서 막 제대한 최성훈을 그 자리에 넣었다.

그런데 두산이 20-16으로 앞서던 후반 종료 12분여를 남겨 두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 두 팀 벤치 맞은편 사이드라인 기자석 옆 한쪽 구석에 놓여 있던 헬륨 가스통에서 가스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새나온 것이다. 행사 이벤트 업체가 결승전이 끝남과 동시에 꽃가루와 축포를 터뜨릴 때 사용하려고 연결해 놓았던 가스통이었다. 기자들은 혼비백산해 달아났다.

 

갑작스런 ‘사고’를 두고 두팀 벤치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이상섭 두산 감독의 얘기다.

 

“가스가 분출 되는 순간, 이거 분위기가 안 좋은 쪽으로 간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는 빨리 끝냈으면 했는데 상황이 묘하게 흐르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죠. 게다가 금방 마무리 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경기 중단이 오래 갔지요. 결과적으로 우리의 상승 분위기는 완전히 끊겼고, 흐름은 저쪽으로 완전히 넘어 갔어요.”

 

반면 홍상호 당시 코로사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솔직히 포기할까 말까 고민하고 있던 상황이었죠. 그런데 갑자기 가스 새 나오는 소리가 들리대요. 그 순간 ‘과연 이 가스는 누구를 위하여 새 나온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7~8분 정도 쉰 것 같은데 그러면서 마음을 추스릴 수 있었죠.”

 

경기는 약 7~8분 가량 중단됐다. 다시 재개된 경기에서 흐름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두산쪽으로 흐르던 물길을 바꾼 선수는 가스 분출 직전에 장대수 대신 코트에 투입된 최성훈이었다. 사실 레프트백 자리에는 국가대표까지 지낸 소재현이 있었다. 소재현과 최성훈은 입단 동기다. 그런데 홍 감독은 웬일인지 소재현 보다는 최성훈을 선택했다. 평소 눈물이 많아 ‘울보’라는 썩 달갑지 않은 별명을 가진 최성훈은 별명과는 달리 거침없는 외곽포로 추격의 불씨를 당겼다. 여기에 베테랑 레프트윙 이태영의 속공까지 더해졌다. 두산은 종료 10분을 남겨두고 18-20, 2골 차로 따라붙었다.

 

두산은 당황하는 빛이 역력했다. 이병호에 이어 최승욱이 코로사 센터백 이준희한테 무리하게 파울을 저지르다가 잇따라 2분 퇴장을 당했다. 코로사는 수비수가 4명 뿐인 두산을 거침없이 밀어붙였다. 이준희와 이태영이 3골을 합작하며 기어이 21-21 동점을 만들었다.

 

결정타를 날린 것은 최성훈이었다. 최성훈은 종료 3분 전 22-21로 뒤집는 역전골을 성공시켰다. 사실 코로사는 이 경기에서 두산 골키퍼 이동명의 ‘데이터 방어’에 고전했다. 그런데 부산대를 거쳐 상무에서 막 제대한 최성훈은 이동명의 데이터에 나와있지 않은 선수였다. 최성훈의 예기치 못한 바운드 슛에 이동명이 연거푸 당했다. 코로사는 주포 이준희가 쐐기골을 터뜨리며 24-22, 2골 차로 달아났다.

 

두산은 종료 2분 전 박종표의 외곽슛으로 23-24로 따라붙으며 재역전의 기회를 엿봤다. 코로사는 골키퍼 강일구의 선방에 이어 정호택이 2골 차로 달아날 수 있는 완전한 노마크 기회를 잡았다. 1분 밖에 남지 않았기에 이 골이 들어가면 코로사의 우승은 확정적이었다. 그런데 그만 정호택의 슛이 이동명에게 걸리고 말았다. 정호택은 경기 뒤 “노마크 찬스를 놓치는 순간 하늘이 노랗더라. 역적이 되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골을 놓친 정호택은 수비를 하러 잽싸게 백코트를 했다. 절체절명의 순간 축지법을 쓰듯 그가 백코트한 속도는 엄청나게 빨랐다. 정명헌 코로사 구단주는 “슛이 실패하고 난 뒤 백코트하는 데까지 2초 밖에 걸리지 않은 것 같다”며 껄껄 웃었다.

 

이제 경기 종료까지 남은 시간은 불과 40여초. 이번에는 두산의 반격이 이어졌다. 넣으면 동점으로 연장전까지 몰고가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병호의 마지막 회심의 슛이 골키퍼 강일구의 손에 걸렸다. 두산은 경기 종료와 함께 마지막 프리드로를 얻었지만 이 기회마저 코로사 수비 벽 가운데 가장 키가 작은 이태영의 손에 걸리고 말았다. 결국 코로사가 24-23으로 승리하고 대회 2연패에 성공했다.

 

코로사로선 예기치 못했던 헬륨가스 분출이 그저 고마울 따름이었다. 반면 두산 선수들은 느닷없이 새 나온 헬륨가스를 원망하며 땅을 쳤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기사등록 : 2010-10-05 오후 05:48:18  기사수정 : 2010-10-05 오후 05:5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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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핸드볼발전재단님이 2010-10-06 오전 9:13:00 에 작성하신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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