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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 2010-10-15 | 조회 : 67 | 추천 : 0 [전체 : 6 건] [현재 1 / 1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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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핸드볼발전재단
제목
[김동훈 기자의 "핸드볼 이야기 속으로"]_4

국가대표 남녀 골키퍼는 한가족

[핸드볼 이야기속으로] ④

 

 


최석재 남자대표팀 골키퍼 코치가 갑자기 빙그레 웃었다. 뭔가 재미있은 이야기가 떠오른 모양이었다. 최 코치는 한국 핸드볼계의 유일한 골키퍼 전담 코치다. 88 서울올림픽 때 남자대표팀이 은메달을 딸 때 골키퍼로 활약했던 그는 2005년 여자 대표팀을 시작으로, 남녀 대표팀을 오가며 국가대표 골키퍼를 지도하고 있다.

언젠가 그가 여자 대표팀을 맡았을 때 대표팀 골키퍼는 오영란, 이민희, 용세라 선수였다. 그리고 얼마 뒤 남자 대표팀 골키퍼를 지도했는데, 그때 태극마크를 달고 있던 골키퍼는 강일구, 박찬영, 용민호 선수였다. 핸드볼을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이쯤에서 눈치를 챌 수도 있을 것이다. 최 코치는 “여자팀 골키퍼 셋을 지도하고 남자팀에 갔더니 남자팀 선수들이 여자팀 선수들과 모두가 한가족이더라”며 껄껄 웃었다.

 

강일구(34·인천도시개발공사)-오영란(38·벽산건설) 커플은 2002년 5월 결혼해 다섯살 난 딸 서희를 두고 있다. 박찬영(27·두산베어스)-이민희(30·용인시청) 커플도 지난 2월 결혼식을 올린 신혼부부다. 두 골키퍼 커플은 공교롭게도 똑같이 연상연하다. 또 용세라(23·서울시청)와 용민호(22·인천도시개발공사)는 남매 사이다.

 

2008년 1월30일, 일본 도쿄의 한 호텔 로비. 강일구와 오영란이 많은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한국 핸드볼은 2008 베이징올림픽 아시아지역 예선에서 편파 판정으로 올림픽 티켓을 따지 못했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도쿄에서 재경기를 갖게 됐는데, 1월29일 여자대표팀이 일본을 꺾은 데 이어 30일에는 남자대표팀마저 일본을 제압하고 나란히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여자팀은 이후 스포츠중재재판소가 재경기를 인정하지 않아 다시 세계 예선을 거쳐 와일드카드로 출전했다.)

 

일본과의 재경기에서 오영란과 강일구는 눈부신 선방으로 ‘부창부수’를 불렀다. 올림픽 티켓도 따고 나란히 최우수선수(MVP)로 뽑혀 기자들의 인터뷰 공세를 받으니 강일구-오영란 부부는 기분이 무척 좋아 보였다.

 

한 기자가 짖궂은 질문을 던졌다. “여고팀이 남중팀과 연습경기를 할 때 짖궂은 중학생 선수들이 누나들과 과도한 신체 접촉을 하곤 하는데, 두 선수는 그런 추억이 없나요?”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에도 그런 장면이 나온다.

 

오영란 선수가 강일구 선수에게 반문했다. “정말 그래?” 강일구 선수가 씨익 웃으며 답했다. “그럼~ 다 그래~!” 장내가 웃음바다가 됐다.

 

기자는 두 사람의 첫 만남을 떠올리며 던진 질문이었다. 둘은 오영란 선수가 신갈여고 3학년, 강일구 선수가 남한중 2학년 때 처음 만났다. 사실 둘 다 그 때 일을 어렴풋이 기억할 뿐이다. 그런데 이 기자의 질문은 원초적으로 잘못된 것이었다. 두 선수는 골키퍼였으니 서로 멀찍이 상대 골문만 바라봤을 뿐 신체 접촉은 꿈도 꿀 수 없었다.

 

두 사람은 세월이 한참 흘러 2000년 시드니올림픽을 앞두고 태릉선수촌에서 훈련할 때 눈이 맞았다. 어느 토요일 아침, 불암산 크로스컨트리를 할 때 공교롭게도 둘 다 다치는 바람에 천천히 걸어서 산에 올랐다. 예기치 않은 데이트였다. 도란도란 속삭이며 그만 정이 들었고, 결혼에 골인하게 됐다.

박찬영-이민희 커플의 사랑은 일본에서 싹 텄다. 2001년 3월 일본 도쿄에서 동아시아대회가 열렸는데, 두 사람은 나란히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했다. 당시 한국체대 신입생이던 박찬영 선수는 형들의 심부름으로 MP3 충전기를 빌리러 다녔다. 마침 이민희 선수한테 충전기가 있었고, 몇 마디를 주고받았다. 둘이 기억하는 첫 대화였다. 그런데 남자팀 선수들이 이민희 선수의 충전기를 잃어버렸다. 그걸 박찬영 선수가 여기저기 뒤져 끝내 찾아줬다. 귀국 전날 이민희 선수는 박찬영 선수한테 초콜릿을 선물했다. 박찬영 선수는 “내게 특별한 감정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이민희 선수는 “따로 준비한 초콜릿도 아니고 룸서비스로 나온 간식이었다. 단지 고마움의 표시였을 뿐이었다”며 빙그레 웃었다. 이렇게 싹튼 둘의 사랑은 지난 2월 결실을 맺었고, 지금은 경기도 양주에서 행복한 신혼생활을 하고 있다.

 

용세라-용민호 남매는 핸드볼 가족이다. 막내 용준호(20·조선대)와 함께 3남매가 핸드볼 선수다. 전남 무안이 고향인 이들은 용세라가 먼저 핸드볼을 시작했고, 용민호 역시 초등학교 5학년 때 큰 키를 눈여겨본 코치의 권유로 누나와 마찬가지로 골키퍼의 길을 걷게 됐다. 막내 용준호는 조선대학교에서 센터백으로 활약중이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기사등록 : 2010-10-15 오전 09:4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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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핸드볼발전재단님이 2010-10-15 오전 9:13:00 에 작성하신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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